게임 트렌드는 정말 빠르게 변화할까?

빠른 개발 템포, 잦은 실패, 데이터... 요즘 스타트업 게임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번번이 보이는 문구이다. 흔히 말하는 린 스타트업 방식을 풀어서 쓴 것인데, 처음엔 저도 이런 방식이 굉장히 좋다고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취업전선에서 한 발자국 뒤에서 관망하고 오랫동안 게임 기사를 읽어오고 고찰하며 장점만 있는 것인가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린 스타트업 게임 개발의 장점은 빠르게 MVP(최소기능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장의 피드백을 받고 무엇이 대중을 상대로 먹히는지 안 먹히는지 파악 후 또 다음 MVP에 적용 및 신작을 내놓은 방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청강한 한 게임사 취업 설명회에서는 이 방법이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 본인들이 선택한 성공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이 성공의 열쇠처럼 말하는 빠른 템포의 개발주기로 인한 다수의 MVP에서 받은 시장 평가에 기반한 발전은 빠른 트렌드 변화가 전제되어있을 때 성립하는 명제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빠른 트렌드 변화라는 명제를 참일까요?

 

"게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한다." 라는 명제에 대해서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과연 저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고, 중간부터 게임사 소개인지 취업설명회인지는 뒷문으로 제쳐두고 고찰을 시작했습니다. 결론을 아직 내지 못했지만, 저와 함께 소통하고 이야기해 주시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동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애초에 트렌드란 무엇일까요? 대중에게 잘 먹히는것? 대중이란 非게이머를 말하는 걸까요? 2023년 4분기부터 꽤 오랫동안 유행했던 방치형 붐(BOOM)은 일시적인 폭발처럼 보였지만, 글쎄요 대형 게임사까지 참전하면서 방치형 게임의 트렌드는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중에게 먹혔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트렌드인가요? 아니면 매출이 잘 나오면 트렌드일까요? 그렇다면 리니지 M은 정말 오랜 기간 동안 트렌드였겠군요.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리니지 M을 몇 분이나 하셨는지는 모르지만 주변에 눈을 비비고 찾아봐도 리니지 M을 재밌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리니지 라이크를 위시한 MMORPG가 정말 트렌드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혹시 P의 거짓을 기억하시나요? 2023년에 출시되어 대히트를 친 AAA급 게임입니다. 해당 게임이 나왔을 적에도 예상했었지만, 넥슨의 Khazan, 붉은 사막, 오버킬, 스텔라 블레이드 같은 AAA급 게임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P의 거짓이 그 물꼬를 틀었구나! 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타이밍이 조금 더 빨랐을 수 있고 P의 거짓이 히트했으니 만들어보자라고 생각한 거면 AAA급 게임 개발 기획 및 개발은 2년 만에 해내기란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가요? P의 거짓 - 스텔라 블레이드로 이어지는 국산 AAA급 게임은 명백히 세계에 먹혔습니다. 

 

AAA급 게임 트렌드인가요?

 

AAA급 게임을 트렌드로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일단 너무 무겁죠. 게이머 사이에는 화두가 되었을 지언정 게임에 8, 9만 원을 쓰기에 일반인 분들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몇 백만이 팔린다고 한들 AAA급 게임 개발의 손익분기점은 생각보다 대단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르겠네요. 과연 트렌드일까요...

 

트렌드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 트렌드에 맞춰서 '성공'을 추구하는 것? 중요하죠. 과연 그들이 성공을 바라보고 AAA급 게임을 만들었을까? 하면 그것은 의문입니다. 어떻게 게임사는 탑급 무거움을 가진 AAA급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했으며,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과연 린 스타트업 방식으로 시장에 필요한 것을 많은 MVP 출시를 통해 확인했고 피드백을 받아서 탄생시킨 게임일까요? 작년 검은 신화: 오공이 나왔을 때도 그 정도 퀄리티의 AAA급 게임이 나오리라 우리는 예상이나 했을까요? AAA 게임이 출시된 직후에는 게이머의 기대와 예상을 아늑히 넘겨버리는 그래픽과 기믹에 우리는 열광하지 않았나요? AAA급 게임이라는 장르는 게이머의 기대를 넘기기에 가장 쉬운 장르였을 뿐이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게임 트렌드란 회사가 노린 고객층의 기대를 넘기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非게이머 분들을 노린 방치형 게임, 그들이 가진 게임의 기대는 게이머들보다 낮기에 낮은 게임성이라도 대중의 인기를 얻기에 충분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리니지 라이크의 경우는 린저씨들의 기대를, 그리고 게이머라면 응당 가질만한 기대를 어느 정도 뛰어넘었다면 해당 게임은 '성공'의 루트를 밟게 되고 곧 해당 장르는 마치 트렌드처럼 여겨집니다.

 

결국 게임 트렌드란 대히트한 한 개의 게임이 결정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하나의 장르로 히트하면 자연스레 해당 게임에 익숙해지고 동일 장르로 재히트하기에는 당연히 민중의 올라간 기대치만큼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히트작은 다른 측면으로 고객의 기대를 넘길 방법을 모색하게 되고 그것은 곧 다른 장르로 이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이 논리가 합리적이라면, 트렌드를 주도하는 어떤 특정 장르가 있는 것이 아닌, '고객의 평균적인 기대치를 넘기는 단 하나의 게임'의 장르가 트렌드가 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빠르게 변화하는 것 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 이유는 빠른 민중의 심리의 변화가 아닌 히트 장르의 교체 주기가 그 만큼 짧음을 의미합니다.

 

대중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성장해나가는 린스타트업이 과연 '성공'의 주요 열쇠인가? 에서 시작되어 게임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 맞는가? 에서 이어진 게임 트렌드 정의에 대한 의구심이 이 새벽까지 탐구하게 만들었습니다. 비판, 비난, 반박, 응원, 옹호, 느낀 점 전부 환영합니다. 그냥 제 글을 읽고 어떤 기분이신지, 의문점은 무엇인지 같이 탐구하며 해결해 보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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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치사한 글을 썼습니다. 설명하기 곤란한 성공, 고객, etc에 대한 정의를 쏙 빼놓고 설명할 수 있는 부분만.....

해당 글은 수정을 거쳐서 완성된다면, 제 게임관의 중요한 하나의 관점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