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24년 10월 14일에 입사하여 25년 5월 9일까지 약 8개월 동안 했던 LG U+ 네트워크 데이터 품질 보조 아르바이트를 끝맺게 되었습니다. 원래라면 같이 앉아있는 것도 허락되지 않은 대단한 사람들과 알바로나마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영광이었고 LG U+가 보유한 압도적인 양의 데이터를 다뤄볼 수 있어 인성적으로, 기술적으로 배울 부분이 많았던 8개월 간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8개월 동안 무엇을 얻어냈는지 자기고찰의 글을 써볼까 합니다.
지금 LG U+에서 데이터 좀 만지고 있습니다
기연 ( 奇緣 ) 저번 포스팅에서 데브시스터즈의 오븐게임즈 쿠키런: 모험의 탑에서 적은 기연이란 바로 이번 포스팅을 말한다. 저번 글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나의 데이터분석가를 향한 열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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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원으로서의 나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그래도 고르자면 부트캠프 정도였을 것입니다. 그때는 동일한 목적을 가진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 '취업'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보니 사회생활이랄 것이 없었습니다. LG U+ 에 입사하여 처음으로 다른 사람과 일을 해보고 프로세스를 개선하며 조직원으로서의 나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보조의 의미
입사 초기엔 분석가의 길을 접기 직전인 상태였기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때였다. 그 때문일까, 들어가서도 늘상 조금 어둡고 자신감이 없는 상태였다. 자신감이 없으니 모든 행동을 소극적으로 하게 되었고 그중 질문을 제일 못하게 되었다. 그때는 나의 질문이 되려 일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내가 과연 질문을 해도 될까?'
'한번 말했는데 못알아들었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하지?'
'바빠 보이시는데......'
등등 잡생각을 하며 업무를 받으면 정확한 지시사항을 파악하지 못해 업무 효율은 나날이 낮어졌다. 그러다가 한번 따끔하게 혼이 났다.
"모르겠으면 업무를 상상해서 하지 말고 다시 질문해서 업무를 정확히 파악하도록 하세요."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고, 나 자신이 참으로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일하는데 방해가 될까 봐 질문을 삼가했던 나의 태도는 사실 나의 소심함이 발현된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분석 보조 아르바이트 생이고 책임님이 일하시는 데 있어 보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어야 했다. 남을 도와야 하는 포지션인 보조로 들어왔음에도 피해만 끼쳤고 그 원인이 질문하나를 똑바로 못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납득하기 힘들었다. 나는 변해야 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질문을 과감하게 하는 것 또한 업무로써 받아들인 것이. 질문을 안 하고 책임님을 방해하지 않는 것보다 질문을 하고 시킨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조직적으로 봤을 때 더 도움이 되는 일이었고 그렇다면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질문을 해도 괜찮다.
그 이후부터 시킨 일에 의문이 생기면 질문을 많이 하게 되었고 업무에 대한 의문이 없어질수록 업무속도 또한 빨라져 갔다. 그러다 보니 여유 시간이 생겼고 이 시간은 또 어떻게 할애하면 좋을지를 고민하게 됐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것의 의미를 깨닫다
그때 마침 책임님이 주말마다 확인해야 하는 업무가 있음을 상기했고, 그 문제를 해결해드리고 싶었다. 문제라고 생각한 이유는 주말에 잠시나마 노트북을 켜서 업무를 진행하는 건 고역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육아를 하시는데, 주말 동안 아이들에게 신경써주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주말 업무시간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는 취지였다.
이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 채 작업에 착수하기로 결심했다...
마침 Python과 SQL을 둘 다 다룰 수 있으며, 프로 보조러(?)로서의 마음가짐을 깨달은 나에게 불가능이란 없었다. 매우 어려웠다. 노가다과 알고리즘 구현을 동반한 작업이었고 예상치 못한 문제들도 많이 터져나갔으며, 데이터 특성상 절대 실수가 있어선 안되었기에 정말 어려웠다.
그렇게 완성하고 책임님께 가이드 피피티를 제공, 주말에 사용하시고 난 후...
잘 썼어요. 완전 편하던데? 앞으로도 계속 쓸 것 같아요.
와 같은 감사의 말을 들을 수 있었고, 정말 기뻐했던 기억이 남는다. 비록 해당 작업으로 주말에 안 돌아가면 전화를 수 번 받긴 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이 작업 이후로도 스스로 책임님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몇 가지 더 만들어 드렸고 퇴사하기 직전 메일링까지 접목하여 추가 업무가 없도록 완전 자동화를 구현하여 업무 피로도를 최대한 낮춰드릴 수 있었다.
책임님께 도움이 되는 것은 나의 기쁨으로 연결 지을 수 있던 귀중한 체험이었다. 왠지 그냥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보여 시도했던 작업은 하나의 서비스가 되어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중추의 역할을 하고 있고 그것의 A to Z를 내가 만들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동시에, 남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 인지 알 수 있었다. 남에게 도움이 되려면 일단 그 남보다 우수해야 한다. 이번에 내가 기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앞서 말했듯 여유 시간의 확보, 그리고 Python 활용에 있어 우수한 부분이 있었다. 만약 내가 앞으로 일을 하는 과정에서 동료보다 모든 부분에서 열등하다면 남을 도와서 느낀 희열감은 두 번 다시는 느낄 수 없으리라.
맺으며
8개월 간 알바를 하며 깨닫고 공감한 건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과 그 의미이다. 시킨 일을 수행하는 것으로 업무를 한정 짓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구현하고, 요청받는 순간이 힘들지만 보람 있는 일이었고 썩 적성에 맞았던 것 같다. 실무 분석을 다루면서 동시에 업무 성향까지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기간이었고 앞으로는 이를 발판 삼아 다시 한번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볼 생각이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