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비버에 왔다!
태어나서 처음 와본 게임쇼. 지스타도 플레이엑스포도 AGF도 아닌 바로 버닝비버이다. 대형 게임쇼가 아닌 만큼 사람이 그렇게 몰리지 않을 것을 기대했고, '인디맛'나는 게임들을 잔뜩 기대했는데, 정말 그대로였다. 열정 넘치는 개발자들과 많은 이야기와 질문을 나눴고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 10시 30분쯤 도착해서 18시까지 거기서 나눠준 알사탕 두 개만 먹고 열중할 정도로 정말 올해 중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반적인 액션 플랫포머 게임의 퀄리티 수준은 거의 탈 인디게임 급이라 재밌을게 뻔하기에 굳이 현장에서 플레이해보진 않았다.
부스 체험
1. 코나와 스노래빗
코나와 스노래빗 스팀페이지 - 데모버전 무료플레이 가능
Kona & Snowrabbit on Steam
Kona, an ice artist with a reputation for mischief, and Snowrabbit, a white-furred snow rabbit full of desire. After hearing the story of Aquus, the mermaid goddess, the two down-on-their-luck artists break into the monastery of Aquus, nicknamed "the sea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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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부터 플레이까지 신경 쓴 티가 보이는 코나와 스노래빗. 사실 탈 인디급의 수준을 보여준 게임이다. 당장 위에서 플레이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왜 첫 번째로 나오는지 궁금할 수 있는 그대들을 위해 대답하자면 개발자와의 토크가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기 때문. 게임을 정말 잘 만들긴 했지만, 딱 봐도 익숙해지면 할만하지만 다소 익숙하지 않은 게임 구조에서 유저가 초기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이탈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어떻게 해소하고 계시냐고 물어봤다.
"맞다. 생각보다 당장 저 보스 같은 경우도 앞에 배리어가 있는데, 그걸 모르고 그냥 기존의 플레이대로 하고 계신 분들이 많았다. 공략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과정에서 게임의 구조부터 조금 더 확실히 설명할 필요성을 느꼈고 튜토리얼에 더 많은 비중을 두게 되어서 현재 당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튜토리얼의 비중이 다소 커졌다."
게임 자체는 정말 재밌어보이고 하니 스팀과 스토브 스토어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니 흥미가 있으신 분은 한번 즐겨보시길, 항상 사람이 있어서 결국 못 즐겼다. ㅠㅠ
2. 오딜: 검은 오리 이야기
Odile: Black Duckling Tale on Steam
Romance fantasy style action adventure 'Odile: Black Duckling Tale' is a game of adventure, love, and various endings of a lovely black duck eventhough a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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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서 따돌림 받는 검은 오리가 한 소녀에게 도움받아서 거기서 본인의 선택에 따라서 약 20개의 엔딩이 있는 게임이다. 분량 자체는 2~4 시간 정도라고 하니 나오면 가볍게 즐기는 식으로 한번 해보고 싶다.
뭐니 뭐니 해도 프로모션 비디오 끝부분에 나오는 성악. 프로모션 비디오의 후킹능력이 대단하다고 말했고, 실제로 굉장히 공을 들인 부분이라고 하더라. 프로모션 비디오 후반부에 짧게 나오니 한번 들어보셔도 괜찮을 듯합니다.
단순히 비주얼 노벨이 아닌 은근히 조작을 요구하는 형식이 눈길을 끌었고 실제로 플레이했을 때 정말로.. 쉽지 않았다. 나는 새장을 나오지도 못하고 바로 사람들에게 뜰채로.... 잡혀서 강제 퇴출당하는 엔딩을 맞이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모든 대화 형식이 하단부에 텍스트 박스가 뜨고 텍스트가 쭈루룩 나오는 게 아닌 캐릭터들의 말풍선을 통해서 이어지기 때문에, 조작을 함과 동시에 해당 말풍선을 읽어서 이야기를 따라가야 한 다는 것. 이것이 정말 쉽지 않았다. 이것은 플레이어 성향에 따라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도 있는데, 게임의 흐름을 막지 않기 때문에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스토리를 조금 더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오히려 이 요소가 방해가 될 수 있다. 역시 중요한 건 밸런스를 맞추는 것인 것 같다.
게임 외적인 이야기로 말하면, 부스에서 진행하는 뽑기가 있었는데 이것이 기억에 남는다. 오리가 주인공인 게임인 만큼 유리로 된 알에 작은 오리와 병아리가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유리 달걀을 작은 접시 위에서 열어서 오리와 병아리들을 접시 위로 쏟아내는데 가운데 작은 구역에 안착된 녀석들이 누구냐에 따라서 보상이 달랐다. 즉, 오리일 경우 병아리일 경우 오리 두 마리일 경우가 다 달랐다.
3. 구구 피자 : 우주 정거장으로 피자 배달이라니? 사장님, 이건 좀 아니잖아요!
GuGu Pizza : Delivering Pizza to the Space Station? Boss, this is just not right! on Steam
GuGu Pizza’s motto is to deliver anywhere! So couldn't refuse the pineapple pizza order that came from the space station. Eventually, the pigeon deliveryman begins a high-altitude jump to deliver pizza to space, passing through the city, forest, and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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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번 버닝비버 최상위권 게임. 프로모션 비디오만 봐도 알겠지만, 정말 완성도가 높습니다. 그리고 2인 개발이래요... 너무 레전드죠. 2D 비둘기 도트는 너무 잘 뽑혔고 주변 3D 환경 및 오브젝트들이 정말 조화로웠습니다.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은 항아리 게임류는 엄밀히 말하면 보는 게임으로써의 소비가 강하고 하는 게임은 아니기에, 수익은 저조할 것이고, 그보다는 구구피자의 게임사 Anomaly Games의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2인인데 어떻게 이 정도의 퀄리티를 낼 수 있는지도 물어봤습니다.
"그 부분 인지하고 있고 매출이 나오면 좋겠지만. 사실 매니악한 게임인 것 이해하고 있고 스트리머 같은 분들이 해주신다면 되게 우리 게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퀄리티 같은 경우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한해서는 타협 없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플레이해 봤는데, 기존의 나온 올라가기 류 게임과는 정말 차원이 다른 어려운 요소가 있었으니... 바로 피자배달이라는 부분이죠. 피자를 머리에 이고 가야 하는데 이게 자꾸 제멋대로 쓰러져가지고 떨어지면 곱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방팔방으로 날아가는데, 제 몸하나 건너가기도 힘든데 피자까지 쓰러지려고 하네 하아...
저 피자배달 시스템이 단점으로도 연결될 수 있는데, 피자를 이고 가는 것은 근본적으로 선택의 영역이다. 게임 스토리에서는 피자를 배달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화나면 그냥 안 할 수도 있는 것. 조금 더 시스템적으로 피자배달을 굳이 해야 하는 당위성을 극초반부에 제공해 주면 어떨까?
아니면 뒤에 피자 없이 갔다가 패스 못하는 구간이 있는 건가...? 정말 그렇다면.. 악마가 따로 없다...
4. YesterSol
YesterSol on Steam
Unleash your magical spear! Explore a vast inter-connected world, battling enemies sent by Culex, the dark mosquito deity. Throw, recall, and use your spear as a platform through this mystical metroidvania made by one develo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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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개할 게임은 American 1인 매트로베니아 플랫포머 액션 게임 YesterSol이다. 약 2년 정도 개발하고 있다더라. 외국인이 한국 인디게임쇼를 어떻게 알아서 참가했는지 참 대단한 친구다. 와 같은 서사를 빼고 봐도 썩 잘 만든 게임이다. 무엇보다 인디맛이 나는 매트로베니아 플랫포머 액션게임. 자연을 사랑하는 주인공의 창능력과, 씨앗의 힘을 빌려 맵 이곳저곳을 탐험하고 새로운 능력을 얻어가며 갈 수 없었던 곳을 갈 수 있게 되는 그런 게임이다. 그리고 볼륨이 제법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13 stage였나 21 stage였나를 계획하고 있다고... 이걸 혼자서요...?
5. 모듈 버서크
국산의 2D 플랫포머 게임도 눈길을 끈 것이 있었는데, 뭔가 산나비와 굉장히 비슷한 느낌의 2D 도트 플랫포머 게임 모듈 버서크이다. 개발자분이 주인공 격 되는 안드로이드 집사를 코스프레하고 계셔서 굉장히 인상 깊었던 부스이다. 알고 보니 팀장이라고 ㅋㅋ;;
개인적으로 느낀 이 게임의 특징은 무기 스위칭과 샷건. 대부분의 샷건 액션은 그냥 다수의 총알이 방사형으로 퍼져나가는 꼴로 그려지지만, 여긴 그냥 시원하게 메탈슬러그 샷건처럼 머즐 플래시(Muzzle Flash)로써 표현된다. 스위칭 액션에 대해서는 무기 스위칭 시 걸리는 딜레이를 대쉬로 캔슬이 가능하다(맞나? 암튼 뭐가 캔슬이 된다) 그래서 파일럿에 따라 얼마든지 스타일리시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그리고 스위칭 시 3초, 상시, 적 처치 시에 따라서 일시적으로,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버프를 얻을 수 있는데 조합에 따라서 본인에게 맞는 모듈 조합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여기도 개발자와의 대화가 있는데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던 대목이 있다.
"혹시 모듈 버서크만의 차별점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저는 서양식 배경과 한국식 내러티브를 연결하려고 했어요. 저는 한국식 내러티브를 굉장히 자세하고 입체적인 서사라고 생각합니다. 당장은, '왜 자꾸 쓸데없는 곳에 분량을 쏟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캐릭터의 행동원리나 마음을 이해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아 그러고 보니 산나비도 그 와이어 액션도 뛰어났지만 내러티브가 인기요인 중 하나였죠. 왠지 공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내러티브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게임이 재미가 있어야..."
"맞아요 재미가 일단 있어야죠. 그래서 이번 버닝비버가 저희들에게 되게 소중해요. 어제 이미 1일 차를 진행했는데, 그때 받은 피드백을 기반으로 오늘 여기 나올 때 수정을 거쳐서 가지고 나왔거든요. 오늘도 마찬가지로 피드백을 받으면 내일 또 수정본을 가져와야 해요. 3일 치 동안 똑같은 버전의 피드백을 받는다면 데이터의 양은 그만큼 많아지겠지만 그것을 반영한 후의 피드백은 못 받으니까요."
게임의 철학과 그러면서도 코어재미를 잃지 않기 위한 집사복이 잘 어울리는 팀 대표님의 열정에 감동했던 대목이다. '데이터의 충분한 양'이라는 논지에 대해서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지만 동시에 반성도 했던 대목.
과연 나라면 하루 만에 데이터분석을 끝내고, 그걸 반영하고 또 내일 분석하고 반영하는 행동을.. 나라면 할 수 있었을까..? 열정에서 진 기분이다. 게임을 만들 열정도 없으면서 본업에서도 열정으로써 밀리니... 프라이팬으로 머리를 뚜드려 맞은 기분이었다.
게임에 관해 피드백을 하자면 위에서 쓴 대로 파일럿의 역량에 따라서 얼마든지 본인이 원하는 대로 플레이할 수 있겠지만, 내가 이걸 캔슬을 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할 수 없어서 제대로 게임의 시스템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캔슬에 성공했을 때 어떠한 이팩트를 주면 좋을 것 같고 게임에 집중하다 보니 좌측하단 쪽 체력 관련 UI가 아예 시야에서 사라진다는 점. 내 입장에서는 '급사'의 경험이 몇 번 있었다. 체력바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
6.아르뷔엔의 겨울
다음은 생존, 경영, 크래프팅, 스토리 게임 아르뷔엔의 겨울이다. 이것도 검은 오리게임처럼 프로모션 비디오에서 확 끌렸는데, 일단 나레이션도 직접 녹음파일 다 들어보고 본인들이 뽑은 거라고 하시더라. 그리고 일러스트가 굉장히 고퀄인 점이 눈에 띄었다. 유례없는 겨울이 닥친 아르뷔엔 이라는 곳에서 과연 여관을 어떻게 운영 혹은 포기(가능하나?)할지 어떤 선택을 할지, 메인스트림은 스포라서 듣지는 못했지만, 기대했던 만큼 재밌는 게임이었다.
일단 하이퀄리티의 캐릭터 일러스트와 삽화, 그리고 나레이션의 퀄리티까지 나는 그것들에 제대로 후킹 당한 것 같다. 해당 나레이션은 일일이 녹음본을 들어보며 엄선한 분의 나레이션이라고 한다. 굿즈도 안경닦이 두 개나 사버렸다.
아르뷔엔의 겨울이 아무래도 내러티브에 조금 더 치중되어 있던 탓일까? 아쉬운 점은 액션성을 꼽을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횃불 1타 모션이 조금 어색했던 것 같고 족제비? 의 돌 던지기 모션이 거의 보이지 않아서 거의 대처가 불가능했다.
사실 이런 스토리 류의 게임은 정식 출시가 되고 나서 처음부터 끝까지 즐겨야 그 맛을 알 수 있기에,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나레이션과 퀄리티 높은 캐릭터와 튜토리얼에서 보여준 삽화들로 보아 아주 기대되는 작품 중 하나이다.